“이 광고에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고 적으라는 법
지난 16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법안 서명식을 주 의사당이 아니라 LA에 있는 배우 노조 SAG-AFTRA 본부에서 열었다. 서명한 법은 SB 1050, AI 배우 광고에 관한 법이다. 광고에 나온 사람이 실은 사람이 아니면 그렇다고 밝히라는 내용이다. 주지사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람조차 아닐 때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그걸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주지사실 발표).
장소가 노조 본부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딱 1년 전, 네덜란드 제작자 엘린 반 데르 벨던의 AI 스튜디오(Xicoia)가 만든 가상 배우 ‘틸리 노우드’를 두고 할리우드 에이전시들이 계약을 타진한다는 말이 돌았다(2025년 9월 말). SAG-AFTRA는 틸리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배우의 연기를 허락도 보상도 없이 학습한 프로그램의 캐릭터일 뿐이라고 받아쳤다. 그 사이 코카콜라는 두 해 연속 AI로 만든 크리스마스 광고를 내보냈다가 “영혼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까지는 뉴스로 읽고 넘겼다. 그런데 조문을 열어 보니 법이 광고에 붙일 문구까지 직접 적어 두었고, 거기서 손이 멈췄다. 표시하라는 법은 많아도 무엇이라고 쓰라고까지 정해 주는 법은 드물다. 궁금해진 김에 같은 문제를 뉴욕과 중국, 일본, 우리나라는 어떻게 다루는지까지 찾아봤다.
“이 연기에는 합성 연기자가 나온다”
SB 1050이 새로 넣은 캘리포니아 사업직업법 제17610조의 (c)항은 이렇다.
A disclosure required by this section shall use wording substantially similar to “this performance features a synthetic performer” or “no human performer is depicted.”
“이 연기에는 합성 연기자가 나온다” 또는 “사람 연기자는 나오지 않는다”와 실질적으로 비슷한 문구를 쓰라는 얘기다. 여기서 합성 연기자(synthetic performer)는 생성형 AI로 만든 얼굴이나 목소리 가운데 실존하는 누구로도 알아볼 수 없는 것만 가리킨다. 실제 배우를 복제한 디지털 레플리카는 따로 다루는 법이 있으니, 이 법이 겨냥하는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모든 광고가 걸리는 것도 아니다. 합성 연기자가 ‘두드러지게’ 나올 때만 해당하는데, 법은 그 기준을 셋으로 적었다. 화면 앞에서 제품을 시연하거나, 내레이션을 맡거나, 광고 메시지에 반응하는 연기를 하는 경우다. 뒤에서 지나가는 AI 엑스트라는 괜찮아도 제품을 들고 웃는 AI 모델은 표시해야 한다.

벌금 액수는 따로 없다. 대신 위반을 캘리포니아의 기존 허위광고 조항(§17500) 위반으로 보고 불공정경쟁 절차에 그대로 태웠으니, 소비자나 경쟁사가 소송으로 광고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방송사나 온라인 플랫폼은 평소에 광고를 걸러 낼 의무가 없지만 법원 명령을 받으면 그 광고를 내리고 돈도 더 받으면 안 된다. 영화나 게임 광고에 작품 속 AI 캐릭터가 그대로 나오는 경우, 사람 배우의 연기를 AI로 번역하거나 접근성 기능에만 쓴 경우는 빠진다. 시행은 2027년 1월 1일이다.
뉴욕에선 빠지고 캘리포니아에선 걸리는 라디오 광고
캘리포니아는 이 법을 만든 두 번째 주다. 첫 번째인 뉴욕은 캐시 호컬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11일 서명한 법(일반사업법 §396-b)을 올해 6월 9일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다. 반년 차이로 나온 두 법을 나란히 읽어 보면 뒤에 온 쪽이 눈에 띄게 촘촘하다.

뉴욕 법은 ‘눈에 띄게’ 밝히라고만 할 뿐 문구를 정하지 않았고, 라디오처럼 소리만 나가는 광고는 아예 뺐다. 광고를 만든 쪽이 합성 연기자가 들어간 걸 실제로 알았을 때만 책임을 묻는 대신, 벌금은 첫 위반 1,000달러에 그다음부터 한 번에 5,000달러로 못 박았다. 캘리포니아는 이 세 군데를 전부 메웠다. 문구를 예시했고, AI 목소리만 나오는 오디오 광고까지 넣었고, “몰랐다”로 빠져나갈 길도 두지 않았다. 필자 눈에는 뉴욕 법을 옆에 펴 놓고 빈칸을 채운 것처럼 보인다.
뉴욕은 같은 날 법을 하나 더 서명했다. 세상을 떠난 배우나 유명인의 디지털 복제를 광고에 쓰려면 유족이나 유언집행자에게 동의를 받으라는 내용인데, 이쪽은 서명한 날부터 바로 효력이 생겼다.
AI 배우 광고보다 먼저 온 디지털 복제
미국 주법이 처음부터 ‘표시’를 요구했던 건 아니다. 먼저 나온 규칙들은 실존하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키는 쪽이었다. 테네시는 2024년 3월 ELVIS 법으로 퍼블리시티권에 목소리를 넣으면서 AI로 흉내 낸 목소리까지 보호 대상으로 삼았다.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다운 순서다. 캘리포니아도 같은 해 9월 두 개를 서명했다. 하나(AB 2602)는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거나 변호사·노조의 도움 없이 맺은 디지털 복제 계약을 무효로 만들었고, 다른 하나(AB 1836)는 고인의 디지털 복제에 유족 동의를 받게 했다.
아직 결론이 안 난 것도 있다. SB 1050을 낸 애시비 의원의 다른 법안 SB 1111은 퍼블리시티권 조항에 ‘디지털 복제’를 명시하는 내용으로, 9월 8일 주지사 책상에 올라갔고 서명 시한은 이달 30일이다. 연방 쪽 NO FAKES 법(2026년판 S.4591)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 목소리와 얼굴에 대한 연방 재산권을 주자는 법인데, 6월에 상원 법사위를 만장일치로 넘었지만 본회의까지는 가지 못했다.
법이 느린 사이 현장은 계약으로 먼저 움직였다. SAG-AFTRA는 2025년 광고 단체협약에 디지털 복제와 합성 연기자 조항을 처음 넣었는데, 복제를 만들기 전에 동의를 받고 복제로 만든 연기에는 출연료를 1.5배로 쳐 주는 식이다.

라이브커머스 제37조의 ‘계속 고지’
표시 의무만 떼어 놓고 보면 제일 앞선 곳은 중국이다. 2025년 9월 1일 시행된 AI 생성·합성 콘텐츠 표식 방법 때문에 AI로 만든 글과 그림, 소리, 영상에는 눈에 보이는 표시와 파일 속 메타데이터가 함께 붙어야 하고, 광고인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는다.
광고 쪽에서 먼저 걸린 건 라이브커머스였다. 올해 2월 1일 시행된 라이브커머스 감독관리방법 제37조는 AI로 만든 인물로 라이브 판매를 하면 표시를 달고, 그 인물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계속 알리라고 했다. 방송 시간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첫머리에 한 번 말하고 넘어가라는 뜻은 아니다. 어기면 1만~10만 위안이다.

4월에 공개된 ‘디지털 가상인간’ 관리방법 의견수렴안은 한 발 더 나가서, 가상인간이 나오는 화면에 ‘数字人(디지털 휴먼)’이 들어간 표시를 계속 띄우고 남의 얼굴이나 목소리로 모델을 만들 때는 본인 동의를 받게 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법원은 그보다 먼저였다. 2024년 4월 베이징 인터넷법원은 성우의 녹음으로 AI 음성을 만들어 판 회사 쪽에 25만 위안 배상을 명령하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라면 AI가 만든 것이어도 원래 주인의 권리가 미친다고 봤다.
핑크레이디 판결을 다시 꺼낸 일본
일본에는 광고 속 AI 인물에 표시를 요구하는 법이 아직 없고, 2025년에 만든 AI 추진법도 벌칙 없는 진흥법이다. 대신 일본이 기대는 건 판례다. 2012년 최고재판소는 핑크레이디 사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처음 인정하면서 침해가 되는 경우를 셋으로 꼽았는데, 그중 하나가 남의 초상을 상품 광고에 쓰는 것이었다.
법무성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검토회를 다섯 차례 열어 이 판례를 생성형 AI에 맞춰 다시 읽었고, 8월 초에 ‘생성 AI에 의한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에 관한 해석지침’을 냈다. 새 법이 아니라 지금 있는 민법과 판례를 어떻게 적용할지 정리한 문서라 벌칙은 없다. 그래도 목소리도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는다고 적어 둔 건 성우 산업이 큰 일본에서 가볍지 않은 대목이다. 일본배우연합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사전 동의와 플랫폼 책임, 사후 보호까지 법으로 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의 다섯 번째 추천인, 가상인물
우리나라의 가상인물 표시 의무는 법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에서 나왔다. 공정위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고쳐 6월 1일부터 AI로 만든 ‘가상인물’을 소비자·유명인·전문가·단체 다음의 다섯 번째 추천·보증 주체로 넣었다. 블로그나 카페 글이면 제목이나 첫 부분에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달고, 사진이나 영상이면 가상인물이 나오는 동안 그 가까이에 “가상인물”이라고 적어야 한다.
필자가 더 눈여겨본 건 그다음 줄이다. 가상인물이라고 표시했더라도 그 가상인물이 “써 보니 좋더라”처럼 직접 겪은 것처럼 말하면 부당 광고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표시 한 줄로 면죄부를 주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 후기를 시키는 일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법 쪽은 아직 비어 있는 곳이 많다.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에도 생성형 AI 결과물을 표시하라는 조항(제31조)이 있다. 다만 의무를 지는 쪽이 AI 사업자라 광고주나 일반 이용자는 직접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많고, 과태료도 최소 1년은 계도 기간이다. AI 생성물을 올리는 사람에게 표시 의무를 지우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추진을 발표했지만 국회를 넘지 못했다. 실존 인물은 2022년부터 부정경쟁방지법이 이름·초상·목소리의 무단 영업 사용을 막고 있는데, 보호받는 건 ‘널리 알려진’ 사람뿐이다.
이렇게 보면 네 나라가 꺼낸 도구부터 다르다. 미국은 주 법률로 소송을 걸게 했고, 중국은 행정 규정에 벌금을 붙였고, 우리는 지침으로 먼저 기준을 세웠고, 일본은 판례를 다시 읽었다.

화면에 실제로 붙어야 하는 문구만 모으면 이렇다.
| 지역 | 무엇을 붙이나 | 언제·어디에 |
|---|---|---|
| 캘리포니아 | “this performance features a synthetic performer” 또는 “no human performer is depicted”와 비슷한 문구 | 합성 연기자가 두드러지게 나오는 광고, 오디오 광고 포함 |
| 뉴욕 | 문구 지정 없음, 눈에 띄게 고지 | 영상 광고(오디오 전용 제외) |
| 중국 | AI 생성 표식(보이는 표시 + 메타데이터) | 라이브 판매는 방송 내내 계속 고지 |
| 한국 | “가상인물”, “가상인물 포함” 등 | 영상은 나오는 동안 그 가까이에, 글은 제목·첫 부분에 |
| 일본 | 의무 문구 없음 | 판례·해석지침으로 사후 책임만 |
법의 틀까지 넣은 전체 비교다(2026년 9월 22일 기준, SB 1111과 NO FAKES 법은 결정 전 상태).
| 구분 | 근거 | 광고 속 AI 인물 표시 | 실존 인물·복제 | 고인 | 제재 | 시행 |
|---|---|---|---|---|---|---|
| 미국 연방 | 없음 (NO FAKES 법 계류) | 없음 | 법안 단계, 업계는 SAG-AFTRA 계약 | 법안상 유족 승계 | — | 미정 |
| 캘리포니아 | SB 1050, AB 2602, AB 1836 | 있음, 문구 예시 | 모호한 복제 계약 무효 | 유족 동의 | 허위광고 소송·게재 중지 | 2027.01.01 |
| 뉴욕 | 일반사업법 §396-b, 민권법 §50-f | 있음, 문구 자유 | — | 상속인 동의 | 1,000~5,000달러 | 2026.06.09 |
| 일본 | 판례, 법무성 해석지침 | 없음 | 퍼블리시티권(목소리 포함) | 결론 유보 | 민사 배상·금지 | 지침 2026.08 |
| 중국 | 표식 방법, 라이브커머스 규정 | 있음, 계속 고지 | 판례로 목소리까지 | 민법상 친족 청구 | 1만~10만 위안 | 2025.09 / 2026.02 |
| 한국 | 공정위 심사지침, AI 기본법 | 있음, “가상인물” | 부정경쟁방지법(유명인) | 명문 규정 없음 | 표시광고법 제재 | 2026.06.01 |
| EU | AI Act 제50조 | 딥페이크 고지(광고 전용 아님) | 덴마크 등 개별 입법 추진 | — | 최대 1,500만 유로 | 2026.08.02 |
사람이 아닌 필자의 쇼츠 목소리
필자도 AI가 만든 그림과 목소리를 매일 쓴다. AI와 닷새 만에 다큐 한 편을 만든 뒤로는 더 그렇다. 이 블로그 헤더는 오늘까지만 해도 제미나이로 그린 은유 그림이었고, 채널에 올리는 쇼츠 몇 편은 AI 목소리가 내레이션을 맡는다. 그래서 이번 법들을 읽는 내내 내 영상이 어디쯤 걸리는지부터 따져 봤는데, 캘리포니아도 뉴욕도 우리 공정위도 문제 삼는 건 AI를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그걸 사람으로 착각하게 두는 것이었다. 광고가 아닌 내 영상은 직접 대상이 아니지만, 협찬을 받아 제품을 소개하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AI 목소리가 “써 봤더니 좋더라”를 말하면 우리 지침으로는 표시를 달아도 부당 광고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블로그 헤더 원칙을 은유 그림에서 실사로 바꿨다. 무엇에 관한 글인지 보는 순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으니, 광고에 대고 이 법들이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플레이 AI 글에서는 규제가 거절을 기본값으로 만든다고 투덜댔는데, 이번 법들은 막는 대신 밝히라고 해서 AI를 쓰는 입장에서는 훨씬 반갑다 :)
남은 질문은 하나다. “사람 연기자는 나오지 않는다”는 자막이 붙은 광고를, 우리는 사람이 나온 광고보다 덜 믿게 될까?